"디지털 경제가 만들어낸 새로운 돈의 개념"
고대 그리스에서는 적진을 뚫고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통신병의
머리를 밀어 메시지를 문신한 뒤 머리가 다 자라면 내보내는 방법을
종종 썼다고 한다. 이 방법을 쓰면 정보를 안전하게 숨기는 동시에
누군가 중간에 메시지를 바꾸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원시적이지만
효과적인 이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은 받는 사람이 통신병의 머리카락이
잘리지 않은 것을 보고 아무도 메시지를 보거나 바꾸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21세기의 정보보호법은 모든 사용자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절대 바꿀 수 없는, 여러 컴퓨터 코드가 체인
형태로 연결된 시스템에 정보를 암호화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이라
불리는 이 암호화 기술은 누군가 정보를 바꾸려고 하면 모든
사용자에게 이를 알림으로써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블록
체인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 쓸 수 있다.
우리가 요리하려는
닭고기가 닭장에서부터 우리집 프라이팬에서 요리되기까지 거쳐
온 경로를 추적하는 데 쓸 수도 있고, 연말정산 서류를 안전하게
전송하고 싶을 때도 쓸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은
우리가 받은 정보가 조작되지 않은 정확한 정보라는
사실을 확실히 보장해준다는 데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비트코인이라는 화폐를 암호화하고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이나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분산 시스템에 의해 관리되는 세계 최초의 디지털
화폐다. 비트코인은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쓰는
익명의 컴퓨터 개발자가 만들엇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누구나 현재 누가 비트코인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 시스템은 가명을 허용하기 때문에 진짜 이름을
드러낼 필요가 없으므로 사실상 익명성이 보장되는 셈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목표는 중앙 관리 기구의 통제를
받지 않고 비용이 적게 드는 개인 간 지불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다. 암호화폐는 진짜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인간은 예부터 조가비, 구슬, 종이처럼 아무런 내재가치 없는 물건을
돈으로 여기며 쓰는데 익숙하다.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스크루지
영감이라면 금화 더미 속을 헤엄이라도 치겠지만, 사실 밖에 나가서
쓰지 않는 한 금화가 아무리 많아도 그것 자체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책이 될수도 있다. 암호화폐 거래는 모든 사용자에게 공개되어 검증을
받아야 하므로 자금세탁이나 탈세 같은 범죄를 막는 이상적인
수단으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내제가치가 없는 화폐를 살 생각이 없다면서 암호화폐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암호화폐는 문명이 시작된 이래로 오랫동안 사용돼온
동전이나 지폐와 별반 다르지 않다. 1973년 금본위제가 폐지되고
스미스소니언 협정에 의한 고정환율제도가 무너지면서 대다수
주요 통화는 외환시장에 따라 환율이 변하는 변동환율제도를 따르게
됐다. 현재 주요 통화의 가치는 사람들이 그 화폐를 소유하기 위해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이 얼마인지에 따라서만 결정된다. 이제
화폐는 유럽중앙은행이나 일본은행 같은 통화 발행 기관이 특정 통화의
가치가 하락할 정도로 과도한 양의 화폐를 발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에 기초한 시스템일 뿐이다.
주요국 정부에 의한 관리되는 이 법정
통화 시스템도 언제나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통화 가치는 크게 널뛰고,
짐바브웨나 베네수얼레 사례에서 보듯 종종 휴지 조각이 되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현재의 화폐 시스템이 암호화폐 시스템보다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많은 암호화폐는 미래
'통화 공급량'에 제한을 두고 있는데, 이는 어떤 법정 통화도 하지 못한
일이다. 2008년부터 2009년 초까지 작성된 현재의 비트코인
프로토콜은 장기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통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총 공급량을 2100만 개로 제한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40년이면
비트코인 채굴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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