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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 세계 경제

유주사랑 2020. 11. 11. 11:55

확장되는 세계 경제 속에서 인터넷의 범위는 급속도로 넓어지고 있다.

2010년대 말 현재 사물인터넷에 연결된 기기의 수는 이미 300억 개가 넘었다. 전 세계 수백만 가구에 전략적으로 배치된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알렉사와 애플의 시리는 우리가 하는 모든 말을 듣는다. 이들 기기와 정보는 앞으로 선량한 NGO(비정부기구)와 비양심적인 정치인들의 손에서 어떤 식으로 활용될까?

새로운 융합경제의 예측 불가능성은 금융 투자 산업에 큰 혼란을 불러왔다.

대형 투자회사들은 컴퓨터 알고리즘을 써서 매일 수조 단위의 달러, 파운드, 유로, 엔을 세계 이곳저곳으로 옮긴다. 하지만 이런 강력한 컴퓨터를 갖춘 투자회사들조차 왜 중시가 여러 곳에서 동시에 폭락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전 세계 증권 시장, 그러니까 전 세계 경제가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2010년대 중반,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변동이 적은 금융상품으로 분류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전 세계 중시가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날 트레이더들은 시장이 붕괴되기 직전까지 증시가 폭락하는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그날의 주가 하락 폭은 밑기 힘든 수준이었다. 이론적으로 주식시장에 이런 폭락이 올 가능성은 16억 년에 한 번밖에 되지 않는다. 이날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건지,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선언이나 이탈리아의 정권 교체 같은 한 나라의 일은 곧바로 전 세계 증권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한 부문에서 돈을 잃은 투자자들은 다른 부문 또는 다른 나라에 보유한 자산을 팔아 손실을 메우는 경향이 있다.

뉴욕이나 런던의 증시가 급락하면 현금이 필요해진 투자자들이 자국에서 진 빚을 갚기 위해 외국 주식을 팔면서 브라질이나 인도 같은 신흥시장의 증시가 폭락한다. 이처럼 한 나라의 주식시장은 그 나라 잘못도 아니고 그 나라가 손쓸 수도 없는일로 인해 타격을 받기도 한다.

 

 

 

 

한편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통화를 발행하는 나라는 경제 위기 때 전혀 다른 경험을 한다.

일본 엔, 스위스 프랑, 미국달러는 증시가 폭락하면 가격이 오른다. 전 세계 증시의 폭락과 그 이후의 경기 대침체를 불러온 2007년 미국 발 금융위기 당시, 위기의 진원지가 미국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제 투자자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달러를 사들이는 것이었다. 전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주요 준비통화로 달러를 보유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화폐를 지닌 덕분에 오랫동안 많은 이익을 누렸다. 미국이 전쟁자금이나 정부 적자를 메울 돈을 외국으로부터 쉽게 빌릴 수 있는 이유도 달러가 준비통화이기 때문이다. 준비통화를 발행하는 국가의 단점은 무역수지가 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통화 가치가 높아서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통령은 2018년부터 계속해서 무역 적자를 이유로 무역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준비통화를 발행해서 얻는 이익은 챙기면서, 무역전쟁을 위협삼아 적자를 메우겠다는 입장이다.

 

 

 

 

대공황 시절 미국이 일방적으로 무역 장벽을 세우자 다른 나라들도 보복성 무역 장벽을 세우면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지지는 일이 벌어졌다. IMF 총재는 미국 발 무역전쟁이 같은 일을 초래하는 것을 막고자, 2018년 워싱턴에서 각국 재무 장관과 함께 세계 경제 위기를 방지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당시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자유무역의 이점을 돼풀이해 설명하고 미국의 조치에 보호주의로 대응하지 않도록 당부하는 등 다른 국가들은 설득하려 애썼다. 또 모든 국가가 적자를 볼 수 있다면서, 심지어 중국조차 일부 국가를 상대로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새로운 융합경제는 많은 면에서 직관에 어긋난다. 새로운 세계 경제에서 혁신과 성공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요인에
의해 판가름 날 것이다. 요즘 여러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기술이나 사업과는 전혀 관련 없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한다. 일례로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발도르프 페닌슐라 학교에서는 화면이 있는 전자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주변하이테크 기업에 근무하는 부모를 둔 학생이 대부분인데도 학교에서는 칠판, 분필, 콩, 주머니, 과일 등을 활용해 실용적인 내용과 비 실용적인 내용을 모두 가르친다. 학생들에게 여유를 가지고 비선형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인데,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없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는 창의적 사고에 도움이 된다.

 

 

어쩌면 새로운 융합경제에서 성공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복잡하고 상호 연관적인 세계에서는 미리 모든 것을 계획하기보다 우연과 "혼돈"에 몸을 맡기는 편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똑바로 난 길을 따라가는 것보다 막다른 골목과 부질없어 보이는 노력이 결국 우리를 더 멀리까지 데려다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찌 됐든 변덕쟁이 정치인부터 경제 위기, 테러까지 어지러울 정도로 급변하는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면, 한 국가나 개인이 경제를 움직이는 복잡한 힘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