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시대에는 외적의 침입이 잦았다. 북으로는 거란과 몽골에다 심지어 홍건적의 침략에 시달리고, 남으로는 왜구의 잦은 노략질에 고통을 당했다. 그중에서도 고려의 백성들을 가장 괴롭힌 것은 거란족이었다. 고려 건국 초기에는 거란과 가깝게 지냈으나, 거란이 발해를 멸망시키면서 관계가 단절되었다. 그리고 성종 때부터는 거란의 침입을 받게 되었다. 당시 동아시아의 정세는 국호를 요로 바꾼 거란이 태풍의 눈으로 부상해 있었다. 중원의 송나라를 위협할 정도로 강성해진 거란을 전제하기 위해 고려는 송나라와 손을 잡고 호시탐탐 북방 지역으로의 진출 기회를 노리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송나라를 제압해 중원을 차지할 야심을 품은 거란으로서는 배후에 도사린 고려를 손볼 필요가 있었다. 성종 12년에 거란의 동경, 즉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