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를 지나온 고구려는 6세기 중엽에 이르러서는 귀족들 간의 전쟁으로 날밤을 지새우게 되었다. 힘센 귀족들이 나랏일을 좌지우지하는 동안, 나라 밖에서는 백제와 신라가 왕실 간의 혼인을 통해 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551년에는 가야까지 합세해 고구려를 공격함으로써 장수왕의 남진정책 당시 빼앗겼던 한강 유역의 땅을 되찾았다. 이처럼 고구려가 귀족들을 득세로 국력을 소진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장수왕의 왕권 강화 정책에서 비롯되었다. 장수왕은 새로 등용한 신진 귀족들을 통해 구 귀족들을 견제하면서 자신의 통치력을 키워 나갔는데, 이는 국정을 통솔하는 왕의 힘이 약해질 경우에 언제든 귀족들이 발호할 소기가 다분했다. 고구려는 건국 초기부터 활발한 대외 정복 활동을 통해 나라의 영역을 넓히면서 왕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