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연합국 정상들에게는 전쟁에서 이기는 일 외에 또 다른 고민거리가 있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맺은 평화 협정인 베르사유조약은 패전국에 지나친 부담을 지워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경쟁적 화폐 평가 절하, 경제적 고립주의를 불러왔다. 이는 결국 전체주의를 키웠다.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44개국 정상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대신 추가적인 전쟁을 막고 세게 경제를 이끌 더 나은 방안을 찾고자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턴우즈에 모였다. 브레턴우즈 합의에서 결정된 주요 내용 가운데 하나는 세계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통화의 가치를 미국 달러에 연동하는 일종의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기로 한 것이었다. 달러 가치는 35달러당 금 1온스로 고정됐다. 각국 정상은 통화의 가치가 달러 또는 금으로 얼마인지 확실히 알 수 있게 되면 국제 무역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확고한 반 고립주의자였던 당시 서양의 국가 원수들은 호혜와 공정성을 기반으로 완전히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만이 평화를 지킬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다. 이들은 1차 세계대전 종전 당시 승전국들이 독일을 비롯한 패전국을 벌주기 위해 가혹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과도한 배상금을 물린 것을 실수로 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은 패전국의 재건을 돕고 패전국이 전후 세계 경제에 제한 없이 참여 할 수 있게 하기로 했고, 이 고결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제부흥개발은행을 만들었다. 훗날 국제부흥개발은행은 지금의 세계은행으로 발전했다.
이후 워싱턴에 본부를 둔 세계은행과 자매기관 국제통화기금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럽의 재건을 돕는 본래 임무 외에도 세계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고 성장을 촉진하는 임무를 추가로 맡게 됐다. 지금까지 국제통화기금은 단기 차관을 제공하고 구조개혁을 촉구해 금융위기에 빠진 나라들이 더 단단한 금융 기반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해왔다. 일례로 2010년대 들어 지속적인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개혁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2018년 국제통화기금을 상대로 5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세계은행은 국제통화기금보다 더 장기적 관점에서, 주로 개발도상국에 차관을 제공하고 개발을 돕는 일을 한다. 이 중에는 학교, 병원, 발전소, 수력발전용 댐 같은 주요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가 포함도니다. 세계은행 산하 원조 기구인 국제개발협회는 터키나 중국 같은 여러 중간 소득 국가의 민간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일하기도 한다. 세계은행은 국제개발협회를 통해 개발도상국에 연간 수십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는데, 이 돈은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부터 에이즈 등 질병 퇴치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장기 빈곤 퇴치 및 경제 개발 촉진 프로젝트에 주로 투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