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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경제위기는 어떻게 전 세계로 확산될까? (경침체의 전염)

유주사랑 2020. 11. 18. 11:51

전염병이 국경을 넘어 세계로 퍼지듯, 때론 한 나라의 경제위기가 다른 나라 경제에 재앙을 불러오기도 한다. 가령 1930년대의 세계 대공황은 수백만 명의 직업을 빼앗고 수많은 회사와 농장의 파산을 불러온 미국의 금융위기로부터 시작됐다. 1929년 미국 증권시장이 붕괴하자, 연방준비제도는 통화 공급을 제한했다. 그러자 경기는 더 침체됐고 실업과 파산이 줄을 이었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미국 은행들은 외국에 빌려준 대출금의 상환을 독촉했고, 그러자 독일과 아르헨티나 같은 채무국은행이 연달아 무너졌다. 그 후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과 농민을 보호할 목적으로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시행해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높이고 수입량을 제한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이 이어 맞서 즉시 관세를 올리면서, 한 나라의 경기침체와 고립주의가 다른 나라에 더 심한 경기침체와 고립주의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일으켜 결국 세계 대공황이 발생했다. 실업률은 유례없이 치솟았고 독일, 영국, 미국에서는 25퍼센트를 넘어섰다. 이런 경제 상황은 독일에서 파시즘이 득세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경제가 무너지고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당이 권력을 차지했다.

 

2000년대 후반의 세계 경기침체는 1930년대 대공황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이번에는 부동산 시장이 붕괴함면서 시작됐다. 당시 금융시장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전례 없는 수준의 개입을 해야 할 정도로 심하게 폭락했다. 불안정한 단기 대출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에 투자했던 세계 각지의 은행이 파산했고, 대규모 세계 경제위기가 닥칠 것이 확실해졌다. 경제위기가 예고되자 몇몇 국가에서는 증시가 반 이하로 주저앉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잉글랜드은행,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등 각국 중앙은행의 협력으로 얼마간 사태는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그 뒤 아이슬란드, 그리스 등의 국가마저 파산하자, 2008년 경제위기의 여파가 수년 동안 지속될 것이 분명해졌다.

 

 

 

2008년,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를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은 미래 경제위기를 심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만했다. 일부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금융위기는 2000년 닷컴 거품 붕괴 당시 연방준비제도가 지나치게 유동성을 늘리고 금리를 낮추어 주택시장의 거품을 키운 결과였다. 물론 아시아의 신흥국과 독일 등 수출중심의 국가의 '과잉저축'으로 주택자금 대출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더블린, 마드리드, 샌프란시스코의 주택 시장이 과열되어 2008년 경제위기를 불러왔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은행과 모기지 회사에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은행과 모기지 회사는 원래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주택 자금을 빌려줌으로써 막대한 이득을 낼 방법을 찾아냈고, 덕분에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도 이자를 조금만 더 내면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들이 받은 대출은 대부분 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가 오르내리는 변동금리 조건이었다. 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규모가 커진 것은 은행과 모기지 회사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여러개를 한데 모아 이를 기초로 채권을 발행해 전 세계 투자자에게 판매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2007년 한 해 동안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주택저당증권이 거래되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시장의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큰 채권 시장인 미국 국채 시장을 넘어선 것이다.